아직 수료를 하진 않았지만 8주동안의 학습이 끝나고 중간 후기를 남겨본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지만.. 지금 꼭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게 맞아?'를 연발하며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제출하기를 반복했더니 벌써 8주차가 끝났네..? 에어컨을 틀고 시작했는데 이젠 담요를 덮고 있고 밤도 더 빨리 찾아온다. 시간이 왜이렇게 빠른 지, 그저 흘러가버렸까봐 걱정하며 지난 시간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이제 PM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알겠다.
PMB를 지원할 때는 '마케팅이나 기획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확히 PM이 무엇인 지 모르고 지원했다. PM이 Project Manager, Product Manager, Performance Marketer 중에 무엇인 지, 이들의 차이점이 무엇인 지 헷갈리는 상태였다. 사실 '다 비슷한가보다'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지만 이제는 채용공고의 JD를 보면 어떤 역할인 지 파악할 수 있다.
현실과 이상
나에게 PMB에서의 8주는 단순히 지식을 배웠다기보다 현실과 이상의 폭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실무에 비하면 당연히 겉핥기지만 분석과 기획도 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기획자를 상상하고 있었는 지 알게 되었다. '아이디어 짜잔! 어때요?'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같다. 기획자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아이디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 아이디어는 솔루션이고 문제 정의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문제와 솔루션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의 소통 능력이 훨씬 중요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보단 설득력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달까.
"왜?" 에 답하는 사람
가장 첫주차부터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글'에 대해 들었다. 학습을 진행하면서 논리적이려면 '왜?'에 답할 수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모든 기획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고객의 니즈에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캐치하고 먼저 해결하는 사람이 시장을 차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설득시키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는 '왜'에 대한 답이 있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객 혹은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으려면 '숫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데이터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상담심리를 전공하면서 통계가 너무 싫었는데, 데이터는 '왜?'에 대한 유일한 답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깨달았다. '아.. 사람을 알려면 결국 데이터가 필요하구나'
부트캠프를 통해 얻은 것
PMB에서의 8주동안 약 35개의 과제물과 PM이란 직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W8D4 과제를 제출하고 보드에 있는 32개의 과제들을 보고 괜히 뿌듯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써서 냈기에 수정할 수 있다.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애자일 시스템을 이미 익히고 있는 지도 모른다ㅎㅎ
일단 하자
나에게는 '그냥' 하는 것이 필요했다. 생각이 많아 시작에 시간이 많이 드는 사람이었고 '내 마음에 들 때까지'가 나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때도 있었다. PMB에서 '일단 하자'가 더 많은 성과를 낸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일단 과제를 내야했고, 바로 다음날 또 다른 과제가 있었다. 밀리지 않기 위해 일단 내야했다. 과정에 힘을 다했다면 '아몰라'하고 결심하는 순간들을 경험했고, 생각보다 그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난 아직 PM이 아니다.
매일 다른 주제의 과제를 하면서 나한테 남는 건 무엇일까 고민했다. '내가 이걸 다 기억할 수 있을까 다시 복습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7주차 마지막 과제가 기억에 남는다. W6D1 과제를 다시 해보면서 내가 배운 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남는 게 있구나 확신이 들었다.
내가 이 부트캠프를 한다고 완벽한 PM이 되지도, 일 잘하는 PM이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난 아직 PM이 아니니까ㅎ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8주간 했던 32개의 과제가 헛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PM이 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시간이다. 프로덕트의 기획과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IT 업계가 좋아하는 애자일 방식 어떻게 일하는 방식인 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PM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쌓지는 못했다. 차곡차곡 쌓인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와랄랄라라 들어차있다. 이 상태로 아직 실무는 멀었다. 특히 과제에서 문제 정의를 할 때 얼른 해결하고 싶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모습을 보니, 진짜 문제를 찾는 사고가 더 연습되어야 할 것 같다.
부트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어디서부터 공부하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지 판단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어떤 공부를 더 할 지, 어떤 책을 읽을 지 결정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크게 얻은 점이 아닐까.
감사합니다
아직 수료하지 않아 감사를 표현하기 이른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좋았던 만큼 도와주신 분들이 있으니 회고에 적어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세션 PM님들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주시고 열정적으로 세션을 진행해주신 세션 PM님들께 감사하다. PM님 마다 성격이나 진행스타일이 다르신데 그것도 소소한 재미이고, 한 분도 빠짐없이 매 시간에 정성껏 임해주신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우리와 딱 붙어 케어해주시는 EOM PM님께도 엄청 감사하다. 문의도 많을텐데 늘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빠르게 해결해주신다. 학습하다가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떠오르는 그 이름..!
마지막은 우리 동기분들이다. 그 중에서도 매주 피드백을 주고받던 페어님들이 큰 힘이 되었다. 피드백은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같은 과제인데 다 다르게 하니까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고, 내 논리의 빈틈을 객관적으로 보기도 했다. 소소하게 주고 받은 응원들로 하루의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없으니, 여기서라도 표현해본다. 감사합니다!!😊
되게 끝난 것 같은데 아직 5주 남았다..ㅎ 남은 기간도 건강하게 끝까지 화이팅해야지!